흡수식 냉난방기, 왜 아직도 건물에서 사랑받을까?
— 원리부터 효율 회복 팁까지 한 번에 정리
건물의 냉난방 설비를 논할 때, 전기식 터보냉동기와 더불어 **흡수식 냉난방기(흡수식 냉온수기)**는 여전히 중요한 축입니다. 특히 가스를 직접 연료로 쓰는 직화식 흡수식은 전기부하 분산, 배출가스 활용, 소음·진동 측면에서 이점이 있어 호텔·오피스·병원 등 다양한 현장에서 선택됩니다. 이 글에서는 이름이나 장소는 모두 배제하고, 원리·효율·운전전략·문제 해결 포인트를 블로그 형식으로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1) 흡수식 냉난방기는 무엇을 하는 장비인가?
간단히 말해 “열(Heat)로 냉기(Cold)를 만드는” 장비입니다. 전기식 냉동기는 압축기가 전기를 먹고 냉매를 압축해 냉방을 만듭니다. 반면 흡수식은 가스 버너로 만든 열을 이용해 냉매를 흡수·탈거하는 화학적·물리적 순환으로 냉방을 만듭니다. 난방 모드에서는 발생하는 폐열(응축/흡수 열) 또는 별도 열교환을 통해 온수를 생산할 수 있어 사계절 주기로 활용됩니다.
2) 구성 요소와 동작 원리(냉방 기준)
흡수식 냉난방기의 대표적인 냉매/흡수제 조합은 **물(H₂O)/브롬화리튬(LiBr)**입니다.
- 증발기(Evaporator): 깊은 진공 상태에서 **물(냉매)**이 낮은 온도에서 증발하며 냉수배관의 열을 흡수 → 냉수가 차가워짐.
- 흡수기(Absorber): 증발기에서 날아온 수증기를 농축 LiBr 용액이 빨아들이며(흡수) 열이 발생. 이 열은 냉각수(주로 쿨링타워)로 배출.
- 발생기(Generator): 가스 버너의 열로 흡수된 물을 LiBr로부터 떼어냄(탈수/재생). 이때 분리된 물 증기는 응축기로 이동.
- 응축기(Condenser): 물 증기가 응축해 다시 액체가 되고, 감압 밸브를 거쳐 증발기로 되돌아감.
- 용액열교환기/펌프: 농용액·희용액 간 열교환으로 열효율 증가, 각 회로를 순환.
핵심: 압축기가 하는 일을 ‘열’과 ‘흡수/탈수’로 대체한다는 점. 그래서 전기 소모가 적고, **연료는 가스(직화식)**를 주로 사용합니다.
3) 난방 모드(온수 생산)의 개념
흡수식은 구조적으로 응축/흡수 과정에서 열이 발생합니다. 냉방 시 이 열은 대개 냉각수로 방출되지만, 난방 모드에서는 이를 온수 측으로 회수합니다. 장비 사양에 따라 냉방/난방 전환, 동시 운전(히트 리커버리) 등이 가능하며, 보일러 대체 또는 보조열원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4) 성능의 언어: ΔT와 COP를 이해하자
- ΔT(델타티): 냉수 입·출구 온도차. 설계에서는 보통 5~7℃ 전후를 목표로 합니다. ΔT가 확보되어야 열교환이 제대로 일어나고, 장비가 설계점에 가까운 효율로 돌 수 있습니다.
- COP(성적계수): 얻은 냉/난방능력 ÷ 투입된 에너지. 흡수식의 냉방 COP는 전기식보다 낮은 편이지만, 전기부하 분산, 가스 요금 구조, 열 회수 등을 고려하면 전체 시스템 관점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나올 수 있습니다.
포인트: ΔT가 낮으면 COP가 급락합니다. 토출 온도만 보고 “차갑긴 하네”라고 안심하면 안 되고, 입출구 온도차와 유량을 함께 봐야 합니다.
5) “1대만 돌리면 효율이 떨어져 보이는” 이유
현장에서 자주 생기는 오해가 있습니다. 장비가 두 대인데 고장 등의 이유로 1대만 단독 가동하면, 다음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 순환유량 과다 & 바이패스 증가 → 코일과 밸브가 설계 밸런스에서 벗어나 ΔT 하락
- 열교환 면적/용량 여유 부족 → 흡수기·증발기 운전점이 최적 구간에서 이탈
- 부분 부하 제어의 한계 → 버너/용액 순환이 자주 흔들리며 제어 안정성 저하
결과적으로 측정 COP가 비정상적으로 낮게 보이는 착시가 생깁니다. 반대로 2대 병행 가동으로 부하를 나눠주면 각 기기가 설계 운전점에 더 근접하면서 ΔT가 회복되고, 체감 효율이 눈에 띄게 좋아집니다.
6) 전기식 터보냉동기와의 병행 운전, 왜 좋은가?
전기식 터보는 부분부하 효율과 응답성이 좋고, 흡수식은 가스 열원 활용과 전기부하 분산에 유리합니다. 두 기술을 섞으면 다음 시나리오가 가능합니다.
- 저부하/야간: 터보 1대를 **리드(Lead)**로 운전, 필요 시 흡수식 트림(또는 반대로).
- 중부하(일상): 흡수식 2대 병행으로 ΔT를 안정화, 터보는 피크 진입 시 트림으로 보조.
- 첨두부하(혹서기): 흡수식 2대 + 터보 순차 투입으로 안전한 피크 대응.
- 요금·시간대(TOU): 가스·전기 단가에 따라 스케줄 시퀀스를 조정해 총비용 최소화.
7) ΔT가 안 나올 때 점검 순서 체크리스트
- 2차측 유량(펌프 VFD)과 밸런싱: 과유량·바이패스 과다가 ΔT를 깎습니다.
- 코일/밸브 상태: 밸브 스턱, 3-way 과다 바이패스, 코일 오염은 ΔT를 즉시 떨어뜨립니다.
- 냉각수 계통: 쿨링타워 접근온도(Approach) 악화는 흡수기·응축기의 열 배출 능력을 감소시킵니다.
- 용액 관리: LiBr 농도·결정(크리스털) 위험 감시, 용액열교환기 성능 점검.
- 진공·퍼지(Purge): 비응축가스가 쌓이면 증발기 진공이 흐트러져 증발온도 상승 → ΔT·COP 하락.
- 버너/연소 튜닝: 과잉공기율, 배기가스 온도, 열교환 효율.
- 센서 신뢰성: 온도·유량 센서가 틀리면 잘못된 제어와 진단으로 이어집니다.
8) 유지보수 핵심(흡수식은 “용액”이 생명)
- 정기 퍼지: 비응축가스 제거로 진공 상태 유지.
- 용액 관리: 농도·pH·부식 억제제, 결정 방지 프로토콜.
- 관·튜브 세정: 증발기/흡수기/응축기 오염 제거로 열전달 회복.
- 연소/배기 점검: 버너 노즐, 점화·화염 감지, 배기 안전.
- 펌프·실·밸브: 누설·진동 점검, 노후 부품 교체.
- 시운전/TAB 재측정: 시즌 초·보수 후에는 꼭 냉동능력·ΔT·유량을 수치로 확인.
9) 현장용 간단 블록 다이어그램
(가스) → [흡수식 냉난방기 #1] ┐
(병행) ├→ [공용 냉수 헤더/펌프] → [부하(코일/AHU/FCU)]
(가스) → [흡수식 냉난방기 #2] ┘
(전기) → [터보냉동기] ───────┘
- 병행 운전의 목적은 부하 분담과 ΔT 안정화입니다.
- 터보는 트림(세밀 조정) 역할로 피크/부분부하에서 유연성을 더합니다.
10) 공사·교체를 계획할 때의 관점
흡수식 2대 구성에서 1대가 고장이라면, 고장분 즉시 교체 + 잔여 1대 오버홀 조합이 실전적입니다.
- 교체 장비 사양: 기존 계통(대온도차/배관/반입)과 호환성 확인.
- 반입/설치 계획: 야간 반입, 분할 반입, 기존 배관 최대 활용.
- 공사 중 연속성: 임시 배관/가설펌프로 냉방 공백 최소화.
- 준공 전 TAB: 설계 ΔT·냉동능력 확인 후 운전 시퀀스를 확정.
11) 자주 묻는 질문(FAQ)
Q1. 흡수식은 전기식보다 무조건 비효율적인가요?
A. “장비 단독 COP”만 보면 전기식이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전기부하 피크 억제, 가스요금/시간대 요금(TOU), 열회수 등을 합산한 시스템 총비용을 보면 흡수식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Q2. ΔT가 낮으면 꼭 장비 문제인가요?
A. 아닙니다. 2차측 과유량/밸런싱 불량/바이패스 과다/코일 오염 등 말단 이슈가 더 흔합니다. 장비를 의심하기 전에 배관·밸브·제어를 먼저 점검하세요.
Q3. 1대만 돌렸더니 COP가 매우 낮게 측정됩니다.
A. 단독 운전 착시일 수 있습니다. 2대 병행으로 부하를 나누면 ΔT가 회복되고, 측정 COP도 정상 범위에 근접합니다.
12) 실무 결론(요약)
- 원리: 흡수식은 열로 냉방/난방을 만드는 장비이며, 핵심은 증발–흡수–재생–응축의 순환입니다.
- 효율의 관건은 ΔT: 입·출구 온도차가 설계값에 근접해야 COP가 살아납니다.
- 운전 전략: 2대 병행 + 터보 트림이 실무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 유지보수: 퍼지·용액·세정·연소 네 가지 축을 꾸준히 챙기면, 체감 성능이 확 달라집니다.
- 교체 시나리오: 고장 1대 교체 + 잔여 1대 오버홀 + TAB 재측정으로 성능을 수치로 확인하고, 시즌별 운전 시퀀스를 확정하세요.
마무리
흡수식 냉난방기는 “전기 없이 냉방”을 하는 장비가 아닙니다. 전기도, 가스도, 제어도 모두 조화롭게 맞춰야 진짜 성능이 나옵니다. 특히 ΔT 관리와 병행 운전을 이해하고 운영하면, “장비 탓”으로 보였던 많은 문제들이 시스템 최적화만으로도 해결됩니다.
현장에서 오늘 바로 할 수 있는 일은 간단합니다. ΔT를 재고, 유량을 확인하고, 두 대를 나누어 돌려보는 것. 거기서부터 효율 회복의 실마리가 시작됩니다.